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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황진이 시 해석 및 감상 이별을 주제로: 영반월, 청산은 내 뜻이요, 어져 내 일이야

by Ariad 2023.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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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시 해석 및 감상입니다. 첫번째로는 '이별'을 주제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이별'을 주제로 한 황진이의 시로는 <영반월>, <청산은 내뜻이요>, <어져 내 일이야~>가 있습니다.

 

황진이 시 해석 및 감상

 

들어가며

 

'황진이'라는 인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KBS 드라마 '황진이'를 통해서였다. 그 드라마는 '황진이'라는 인물을 단순히 남성에게 소비되는 대상화된 여성이 아닌, 삶의 다양한 굴곡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한 사람의 '예인'으로써의 황진을 다루었었다. 드라마 속 황진이는 화려한 외모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으며 동시에 시조, 거문고, 춤이라는 예술적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며 예인으로써도 완벽해 보였다. 그러나 유독 그 드라마 속 황진이 캐릭터에 마음이 갔던 것은, 마음만 먹으면 남성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으며 완벽한 재주를 지닌 뛰어난 예인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기 보다, 그 속에서도 사랑 때문에 고통받고 어딘가 모르게 치기 어리고 반항적인 모습,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 등 인간적인 면모가 더 두드러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즉 교과서에서 배운 황진이나, 추상적으로 아는 황진이의 이미지는 아름답고 완벽한 여성이었으나, 그 드라마를 통해 본 황진이는 상처받고, 그 상처로 인해 성장해가는 한 사람의 인간이었던 것이다. 어찌보면 완벽한 예술가라는 관념적인 틀을 깨고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인간으로써 상처받고 아파하며 또 성숙해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황진이를 보게 된 것이다. 또한 황진이의 시조가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회자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황진이의 인간성이 현재 우리에게도 공감하는 바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따라서 이 글은 황진이가 남긴 많은 시조들을 검토해보되, 기존에 해석에 덧붙여 필자가 생각하는 인간적인 황진이의 면모로서 그녀의 시를 조명해볼까 한다.

 

황진이의 시 해석 및 감상: 이별을 주제로

 

지금까지 황진이를 대표하는 시조의 주제는 대부분 연정과 그로 인해 겪는 이별의 아픔이었다. 황진이의 사랑은 늘 불안하다. 스스로는 머물 수 없는 사랑이다. 지속 가능한 사랑이 아니다.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는 유지할 수 없는 불완전한 사랑이다. 그래서 황진이는 늘 헤어짐을 준비한다. 이는 황진이의 신분과 관련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기녀란, 한 가정의 평범한 아낙네로 살아갈 운명이 되지 못한다. 그녀들은 항상 여러 남성들을 상대해야했고, 그래야만 전두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운명이었다. 따라서 한 남자에게 정착하여 긴 인연을 나눈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셈이였다. 또한 그녀들이 상대하는 양반가 남성들은 이미 혼인을 하였거나 같은 양반 신분인 여성과 결혼 할 운명이어야만 했다. 따라서 그들 사이의 오고가는 정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었으며, 기약을 나눌 수 없는 불안정한 연분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기생이라는 신분의 제약은 황진이가 이별에 대한 무수한 시조를 남길 수 있는 배경이 되어주었다. 황진이의 시 속에 '님'들은 항상 떠나서 돌아오지 않으며, 황진이는 기약할 수 없는 님과의 이별에 아파한다. 황진이의 시조 속에는 행복한 결말을 맺은, 영원한 사랑은 없다.

 

황진이 시 해석 및 감상

 

1. 이별을 주제로 한 시 (1) 영반월

 

황진이의 시조를 조사하면서 단연 마음을 울렸던 시는 바로 '영반월'이었다. 자신과 떠난 임과의 사이를 '견우와 직녀' 사이로 비유하고, '님'이 주고가신 '빗'이 하늘의 '반달'이 되어 걸려 있다는 시적 표현은 이별의 정서를 형상화하는 것에 있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견우와 직녀는 일년에 한 번, 칠월칠석날 만날 수 있지만 님과 자신의 사이는 그러한 기약조차 나누지 못한다. 님이 주신 사랑의 증표인 '빗'은 하늘에 달이 되어 걸린다. 사랑의 증표를 반달로 표현한 점이 이 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었다. '달'은 공간을 초월하여 누가 어디에 있건 밤하늘을 바라보면 볼 수 있는 자연물이다. 황진이는 님이 어디에 있건 자신과 같이 저 달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달을 바라보며 님을 생각하는 자신과 같이, 님 역시도 자신을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2. 이별을 주제로 한 시 (2) 청산은 내 뜻이요

 

이 시에서 황진이는 자신을 '청산'으로, 님을 '녹수'로 비유하고 있다. 물은 유동적인 존재로 흘러가며 변하지만, 청산은 정적인 존재로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자신의 사랑은 항상 님을 향해 일편단심일 것임을 다짐하는 황진이의 의지로 읽을 수 있다. 또한 님 역시도 자신을 못 잊어서 울면서 흘러가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님도 자신과 같이 슬퍼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황진이의 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3. 이별을 주제로 한 시 (3) 어져 내 일이야

 

이 시는 교과서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황진이 시조 중에서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어져'라는 감탄사로 시작되는 부분은 임을 보내놓고 후회하는 자신의 심정을 잘 집약한 부분이라고 읽을 수 있다. 만약 님에게 있으라고 님을 붙잡았더라면, 하는 가정에서 후회라는 정서가 잘 드러난다. 자신이 붙잡았다면 님이 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는 초연한 척 님을 보내놓고, 다시 님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마음을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한탄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있어서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시조이다. 또 화려한 용모와 뛰어난 재주를 갖춘, 완벽해 보이는 황진이 조차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있어서 흔들리고, 후회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는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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